6·13 지방선거 송철호 경선 경쟁자
임동호 “지난해 2월23일 한 수석이
울산에서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어떻겠냐고 해”

“청 인사담당 비서관 전화 와
‘가고 싶은 곳 알려달라’
거부의사 밝히자 ‘존중’ 마무리
이후 임종석 실장 ‘미안하다’ 연락”

임동호, 언론보도 뒤 입장문 내
“경선 앞 공식제안 받은 적 없다”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더불어민주당)과 경쟁했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당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울산시장 경선 불출마를 권유하면서 고베 총영사 등 ‘다른 자리’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울산시장 경선을 준비하던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2월23일 청와대에서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을 만났다. 당시 한 수석은 선거 판세 등을 분석하는 문건을 들여다보며 “울산에서는 (민주당이)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당시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에서는 승리하고, 경남에서는 경합세이지만, 울산에서는 패배한다는 분석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에 임 전 최고위원이 “오사카 총영사를 가고 싶다”고 하자, 한 수석은 ‘고베 총영사’ 자리를 역제안했다고 한다.

한 수석의 제안 이후 청와대 인사담당 비서관은 임 전 최고위원에게 “검토하고 있는데 어디로 가시겠느냐. 가고 싶은 곳이 어디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전화했다. 한 수석도 재차 전화를 해 “생각해봤냐”고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임 전 최고위원은 “아름다운 경선을 해야 이기든 지든 납득을 할 것인데 여기 와서 접어버리면 뭐가 되겠냐”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 수석은 “의견을 존중한다”고 해 상황이 마무리됐다. 이후 임종석 비서실장도 임 전 최고위원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고 임 전 최고위원은 말했다. <한겨레>는 이런 내용을 묻기 위해 한 전 수석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임 전 최고위원은 송철호 후보가 울산시장 단수 후보로 확정되면서 경선을 치르지 못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한 수석을 만나기 사흘 전인 2월20일 울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4월3일 송철호 후보를 단수후보자로 확정했다. 당시 경선을 준비했던 임 전 최고위원과 심규명 변호사 등은 송철호 후보가 단수후보로 확정된 뒤 예비후보 자리에서 물러났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자리 제안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57조5항을 보면 “당내 경선에 있어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이익 제공 등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임 전 최고위원은 18일 밤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입장문을 내어 “시장후보 출마를 앞두고 경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며
“당시 부산·울산·경남 선거가 어려운데 자리 제안이 오면 받고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어떠냐는 몇 친구들의 의견은 있었지만 내 생각과 안 맞는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지난 6일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른바 ‘송병기 업무일지’ 내용이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으로 확산하고 있다. 송 부시장이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 작성한 업무일지에는 ‘브이아이피’(VIP·문재인 대통령을 지칭)가 송 시장의 출마를 권유한다는 내용과 당내 경선 경쟁자들을 하차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는 내용, 산재모병원·외곽순환도로 등 울산시 관련 정책에 대해 청와대 비서관들과 송철호 캠프 쪽이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7일 송 부시장과 정아무개 특별보좌관을 불러 선거 과정에서 청와대와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18일 국무총리실을 압수수색해 송 부시장의 제보를 토대로 ‘김기현 측근 비리 의혹 문건’을 만든 문아무개(52) 행정관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4층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의 민정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문 행정관 관련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문 행정관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 10월 송 부시장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관련 제보 문건을 건네받아 이를 편집했다. 청와대는 문 행정관이 편집한 문건을 경찰청으로 이첩했고, 울산지방경찰청은 해당 문건을 토대로 김 전 시장 측근 관련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통해 문 행정관이 제보 문건을 보기 편하게 단순 편집한 것인지, 별도 수집한 첩보 등을 덧붙여 내용을 재가공한 것인지 살피고 있다.

박준용 임재우 기자 juneyong@hani.co.kr